일요일, 2월 21, 2010

[독서광] 일개미의 반란: 우리가 몰랐던 직장인을 위한 이솝 우화



먼저 구매해서 읽어본 다음에 B급 프로그래머에게 선물한 꼬양이 군(꼬양이 군 맥주 한 잔 사줄께. 낄낄)도 말했지만, 아마 사회 초년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뭐 이런 내용이 다 있어?"라고 버럭! 화를 내며 책을 던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 좀 다니고 늙어가다 보니 이런 부류의 책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으며 주마등처럼 몇몇 인물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 책은 이솝우화를 하나 제시한 다음에 빗대어 마치 정글과도 같은 직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뭐 이솝 우화야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왔기에 아주 친숙하지만 직장 생존 지침서에 등장하니 이건 또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상당히 혼란스러운 구석도 존재한다. 어떤 이야기를 읽으면 특정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 할 듯이 느껴지다가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 반대로 해야 할 듯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이 책에 나온대로 상황이 그대로 흘러가지 않는 사례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쓸모없거나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어차피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정답은 없고 모순적인 상황에 부딪히기 마련이니까.



본문 중 뼈있는 조언 몇 가지를 정리해보겠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음지가 양지되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실력이 출중해도 주변의 견제를 받지 않으려면 겸손해야 한다. 일시적인 업적 달성과 상사의 칭찬에 고무돼 자만하게 되면 사자에 의해 장렬하게 전사해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생긴다.


성과를 칭찬받는다면 상사에게 공(功)을 돌려라.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상사의 도움이 있었다면 상사에게 동을 돌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딱히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해도 상사에게 공을 돌리는 게 좋다. 대부분의 상사는 공을 상사에게 돌린 부하 직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신입사원은 무조건 잘해줘라. 직장생활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는 한두 해의 짧은 기간이 아니라 10년, 20년 동안 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자기보다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소흘하게 대하거나 무시한다면 참으로 아둔하게 처신하는 것이다. ... 인생은 반전과 반전의 연속이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을 궁지로 몰면 안 된다. 특히 유능하고 영리한 상대방을 공격하는 건 위험하다. 직장생활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뿐 아니라 동종 업계에서 생존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제의 부하 직원이 오늘 '갑'이 될 수 있고, 경쟁사 사장이 될 수도 있다. 유능하고 영리한 상대방을 공격하면 호된 반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되돌아오는 반격의 강도는 자기가 가한 공격보다 훨씬 더 크고 치명적이다.


어떤 상사도 '하극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직의 생리를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하극상을 허용하는 순간 자신도 하극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 그는 부하 직원이 상사를 죽이는 것을 허용하는 조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 책 저자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보란 듯 최후의 승자가 되는 방법이 최고의 반란이라고 말한다. (특히 회사 생활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험하고 험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면 좋겠다. 조금 경력이 쌓이고 고민이 많은 직장인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OB

토요일, 2월 20, 2010

[끝없는 뽐뿌질] USB 2.0 IDE/SATA 변환기



요즘 갑자기 구형 HDD를 수리해달리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뭐 어찌어찌해서 살려주고(B급 실력으로 가능하다면) 안 되는 물건(?)은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마땅히 외장 HDD에 연결할만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 못해 상당히 고전했다. 결국 편하게 살기 위해 거금 1만 7천원을 들여(쿠폰이랑 신용카드 할인이랑 받으니 몇 천원 빠졌다) USB 2.0 IDE/SATA 변환기를 하나 구매했다. 이 변환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IDE 2.5인치와 3.5인치, SATA 데이터 단자가 달려있고 반대쪽은 USB 단자가 달려있다. 즉 외장 HDD 케이스에서 핵심만 뽑아낸 녀석이라 보면 틀림없겠다. 3.5인치 HDD의 경우에는 전원이 필요하므로, 별도 어댑터를 제공한다(IDE HDD를 위한 전원 케이블과 이 케이블에서 SATA로 바꾸도록 만드는 케이블이 따라온다).



선전 문구만 보면 이거 정말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하기 쉬운데... 실제로 해보면 호환성 문제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혹시 모르니 B급 프로그래머가 테스트한 결과를 제시할테니 혹시 구매하실 분이 계시면 정화수 떠놓고 부디 내가 보유하는 하드웨어와 잘 호환되기를 기도부터 하기 바란다. T_T




  • 히타치 10G IDE 3.5인치: good! ThinkPad T400/윈도우 비슷혀에서 한 방에 인식하고 바로 마운트되었다.
  • WD 13.5G IDE 3.5인치: bad! ThinkPad T400/비슷혀에서 USB 인식은 되었지만, 볼륨 인식이 안 된다(디스크 관리자에서 봐도...)
  • 삼성 80G IDE 3.5인치: good! ThinkPad T400/비슷혀에서 한 방에 인식하고 바로 마운트되었다. 80G짜리는 외장 HDD에 넣어서 틈틈히 쓰고 있다.
  • LG CD-RW(DVD 안 되는 버전): bad! 전원 연결 단자와 데이터 연결 단자 간섭이 심해 발톱 쑥 나오게 만든데다가 ThinkPad T400/비슷혀에서 인식도 못 한다.


JMIcorn이라는 대만 회사가 만든 칩셋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 칩을 사용하는 유사 장비들도 호환성을 100%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 혹시나 해서 WD 13.5G를 맥 미니에 연결해 테스트를 했는데... 놀랍게도 마운트 아주 잘 된다. 맥 OS X용 디스크 관리자로도 잘 잡히니 이 무슨 조화냐? ㅋㅋ HDD는 물론이고 컴퓨터 본체 쪽도 손을 타는 모양이다. 여튼 집에 혹시 뒹굴뒹굴하는 구식 HDD가 많은 분들은 백업 용으로 이 제품을 한번 고려해봄직하다. 아무래도 외장 HDD 케이스쪽이 인식률도 좋고 속력도 더 빠를 가능성이 높지만 매번 두껑 열어 끼웠다 뺐더 몇 번 하다보면 열 받은 나머지 이런 부류의 제품을 구입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USB 메모리도 8G, 16G 짜리가 나오니 10G짜리 HDD를 살리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행위가 조금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사 놓고 나니 타임머신에 안 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과거 자료를 막 넣기에는 딱이네?



EOB

일요일, 2월 14, 2010

[영화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금,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에서 여자는 미스 스콧(Tracy Reed) 딱 한 명이며, 영화 상영 중 두 부분에 걸쳐 나온다. 폭격기 안에서 콩 소령이 보는 플레이보이 잡지 표지를 장식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시라.)



스포일러 경고: 이 영화를 보실 분은 이 글을 아예 읽지 마시기 바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컬렉션 중에 미래 3부작(닥터 스트레인지러브(63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68년), 시계 태엽장치의 오렌지(71년)으로 추앙받는 세 작품 중 첫번째 작품인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야루고 시루다 결국 설 연휴를 노려 보고 말았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50년이 다 되어가는 흑백 영화를 보는 1시간 40여분 동안 감동 물결이 쓰나미로 몰려왔다. 공군기지를 배경으로하는 사실적인 전투 장면(핸드핼드 카메라를 들고(요즘 기술 수준으로 보면 핸드핼드라고 부르기 민망할만큼 큰 카메라다!) 병사 시선에서 전투 장면을 찍었으니 한참 후에 나온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무릎 꿇어야 한다)이나 팽팽한 회의 장면(주인공들이 전부 제정신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미/소 간의 줄다리기는 아주 심각하다), 긴장감 넘치는 폭격기 내부 장면(내부 사진 한 장으로 B-52 전략 폭격기 조종석을 사실적으로 꾸민 실력은 나중에 미공군에서도 인정했다고 한다)을 다큐먼터리 형식을 빌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듯이 보이지만 첫 도입부부터 끝 마무리까지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맹활약을 보여준 사람은 피터 셀러스(큐브릭 감독의 직전 작품인 로리타에도 나온다)다. 오스틴 파워에서 마이크 마이어스가 1인 2역으로 영웅(?)과 악당(?)을 절묘하게 표현했다면, 피터 셀러스는 1인 3역(1인 4역이 될 뻔 했다고 한다)으로 영화를 휘어잡아버린다. B급 프로그래머는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1인 2역(스트레인지러브 박사, 맨드레이크 대령)까지는 눈치를 챘는데, 나중에 위키피디아를 보니 1인 3역(맙소사! 대통령인 머킨 머플리!)이었고 원래 큐브릭 감독은 B52 폭격기의 콩 소령까지도 맡길 계획이었다고 한다.



영화 자체가 힘, 파워, 핵, 군대, 정치, 기타 힘(not him!)과 관련한 복잡다단한 요소를 다루다보니 마초적인 분위기를 암시하기 위해 영화 곳곳에 성적인 뭔가를 암시하는 내용이 자리잡고 있다(로리타에 이어 이 글도 야동 좋아하는 분들께 대박치리라... 낄낄...). 첫 도입부에 급유기와 폭격기가 찰싹 붙어 날아가는 공중 급유 장면부터, 벅 터지슨의 별거 없는 호텔 씬, 잭 리퍼의 불소 때문에 여자들에게 자신(?)없어 하는 모습, 콩 소령이 카우보이 스타일로 목표물에 떨어지는 수소폭탄에 타서 로데오(?)를 즐기며 오르가즘에 빠지는 장면, 스트레인지러브 박사가 주장하는 인류 재건 프로젝트(똑똑한 남자:성적 매력이 넘치는 여자 비율 1:10) 마지막 설교 장면까지 생각할 수록 얼굴이 뜨거워지는 부분이 많다. DVD에 붙은 청색의 12세 관람가라는 스티커를 보고 대한민국 아주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낄낄낄).





독자 여러분을 위해 아주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하자면 미치광이 잭 리퍼 사령관이 (대통령 허가없이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자기 휘하에 있는 폭격기 부대를 동원해 러시아를 침공하려고 시도하고, 이를 알게 된 미국 대통령 머킨 머플러가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러시아 대사까지 불러들어 술 취한 소련 수상과 핫라인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이 와중에 소련이 '운명의 날'이라는 전 인류를 멸망시킬만큼 강력하지만 동작을 취소하지 못하는 무기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전 나치 출신인 스트레인지 박사가 여기에 대해 이론적인 가능성을 확인해준다. 다행스럽게 잭 리퍼 사령관이 장악한 기지를 기동 타격대가 점령하는데 성공하고, 그 과정에서 잭 리퍼가 자살하자 잭 리퍼 참모이자 영국에서 온 장교인 맨드레이크 대령이 암호를 알아내어 침공 작전을 취소하고, 소련 방공망에 폭격기 경로를 알려줘서 일부 폭격기는 요격에 성공한다. 하지만 미사일 요격에서 살아남은 폭격기 한 대가 기체 이상 상황에서 원래 1차 목표에서 벗어나 소련의 ICBM 기지로 향한다. 목표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장창이 안 열리는 시츄에이션을 만들어 관객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폭탄을 떨어뜨리도록 응원하도록 만든다(큐브릭 감독 정말 나빠요). 결국 택사스 카우보이(콩 소령)가 우여곡절 끝에 성공해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풀어주게 되는데(수소폭탄 터졌다는 이야기), 스트레인지 박사가 전면 핵 전쟁 이후 묘책을 제시하고 나서 갑자기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서는 순간 소련이 보유하고 있는 '운명의 날' 무기가 터져 인류 멸망을 암시하는 핵 폭발 장면이 "우린 다시 만날거에요( "We'll Meet Again.")"라는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뭐 내용 자체도 아주 코메디지만, 대사도 진짜 웃긴다. 'AFI's 100 Years…100 Movie Quotes'에 뽑힌 명대사 64등은 다음과 같다.




머플리 대통령: 싸움을 멈추시오! 여긴 전쟁상황실이오!
(Gentlemen, you can't fight in here! This is the War Room!)


터지슨과 소련 대사끼리 육탄전을 벌이는 광경도 황당한데, 그 광경을 본 대통령 입에서 나온 전쟁 상황실에서 싸움을 멈추라는 말은 얼마나 더 황당한가?



하지만 이 영화는 웃고 즐기는 가운데 게임 이론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점을 톡 쏘고 나온다. 스트레인지 러브 박사가 폰 노이만을 모델로 삼았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심판의 날 장치는 존재를 알리지 않는 한 무용지물인데,
왜 말하지 않았소?
소련 대사: 월요일에 인민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소.
아시다시피, 서기장께선 깜짝 쇼를 좋아하시거든요.


핵 공격이 임박했음에도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물론 영화 상영 중에는 술취한 목소리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머리 속으로 상대편이 뭐라고 말했는지 본능적으로 끼워맞추도록 만든 큐브릭의 의도가 돋보인다) 소련 수상이 게임 이론에 나오는 완벽한 기계는 커녕 주색잡기에 능한 일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핵을 사용한 전쟁 억지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등골이 오싹해질테다.



큐브릭 감독 팬이라면, 큐브릭 감독의 완벽주의, 장인정신, 시대를 앞서는 선견지명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 영화를 반드시 보기 바란다. 블로그로 요약한 내용을 읽는 거랑 자기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거랑 완전히 다르다고 보면 틀림없겠다.



EOB

일요일, 2월 07, 2010

[독서광] 지하철과 코코넛



[독서광] 연재에서 창의력과 관련된 책을 여럿 소개했었다. 오늘도 역시 창의력과 관련이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하는데, 기존 창의력 책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할테니 정신 바짝 차리고 읽기 바란다.



오늘 소개할 '지하철과 코코넛'은 우리가 늘 소망하는 부와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 중에서 '운'을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이 책만 읽으면 부와 성공을 한 방에 거머질 수 있다는 시중에 널리고 널린 자기 계발서와 처세서와는 달리 이 책은 어떤 은총알(silver bullet)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방의 무엇만 바라고 뒷짐지고 '수주대토(守株待兎)'하는 태도를 부추기지도 않는다. 노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를 재치있게 정리하고 있기에 책을 읽다보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B급 프로그래머는 책을 읽다 흥미로운 부분이 나오면 나중에 블로그 정리를 위해 책 귀퉁이를 접는 버릇이 있는데, 솔직히 의료, 경제, 경영과 관련해서 통제감의 착각을 다루는 9장까지는 조금 졸면서 읽었다. 하지만 10장부터 호떡집에 불난 듯 허겁지겁 책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반부는 불확실성의 두 가지 유형(지하철과 코코넛으로 대표되는), 창의력의 비밀과 고수가 되기 위한 조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네 가지 기법('싱킹', '블링킹', '스밍킹', '전문가 의견'), 행복해지기 위한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아웃라이어를 비롯한 몇 가지 책을 흥미롭게 읽어봤다면, 이 책 역시 또 다른 시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창의력과 고수에 대해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이 세계의 진정한 문제점을 세계가 비합리적이라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이라는 것도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문제는 세계가 거의 합리적이되, 완전히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데 있다. 삶은 불합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삶은 논리학자들에게는 덫이다. 삶은 실제보다 좀 더 수학적이고 규칙적으로 보일 뿐이다. 삶의 정확성은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그 부정확성은 감춰져 있고 그 황폐함은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 - 체스터턴


역설적으로 모든 정보를 극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그 결과 '소음'이 결여되어 독창적이고 참신한 문제 해결의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 ...... 극작가 버나드 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고,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지망생들이 전문적인 기량을 쌓으려면 계획적 훈련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극대화한 계획적 훈련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결코 쉬운 일도 아니다. 그 과정은 적어도 10년 이상 걸리며, 여러 가지 제약 아래 최대한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첫째, 계획적 훈련을 하려면 교사와 훈련 장비, 훈련 시설은 몰론 당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 계획적 훈련을 위한 동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선수들은 연습을 기량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결과에 기쁨이 따르는 것과는 달리 연습에는 보상이나 즐거움이 없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연습을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계획적 훈련은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해야만 장기간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든 활동이다. - 앤더스 에릭슨


계획적 훈련은 기존의 기량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적절하면서도 측정 가능한 피드백을 받아야만 비로소 그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테니스나 체스 등 체계적인 경기에서는 그런 피드백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그런 피드백을 얻기가 훨씬 어렵다. 경영/정치/의학/경제에 이르면 좋은 피드백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위대함은 부분적으로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의 정상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비싼 복권을 사서 추첨에 참가하는 것과 비슷하다. 복권과 마찬가지로 성공 확률은 낮지만, 10년 간에 훈련을 고려한다면 참가 비용은 엄청나게 비싼 것이다.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 중에서 '싱킹'(대부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주도면밀한 과정을 통한 결정)이나 '블링킹'(본능적인 반응)은 이미 많이 들어봤을텐데, '스밍킹'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들도 많으리라. 하지만 B급 프로그래머 애독자라면 이미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에서 로버트 L. 글래스가 사용한 만족화(지금 당장 크리에이티비티를 펼쳐 3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시라!)라는 개념을 되새김질해보자. ' 씽킹', '블링킹', '스밍킹'과 관련한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반복적인 의사결정은 간단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변수를 찾아내고 단순한 결정 기준을 사용하라. 스밍킹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실수를 받아들인다. 그것은 통제의 역설을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다. 당신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중요한 지표를 찾아내어 사용하고, 올바른 결정이 훨씬 많을 거라는 사실에 위안을 느끼면서 잘못된 결정을 감내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첫째, 체스 고수는 10년 이상 변함없이 정확한 피드백이 따른 집중적인 훈련을 거친 이후에 비로소 블링킹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둘째, 고수들은 블링킹과 싱킹을 함께 이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모든 블링킹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씽킹을 이용한다. 모든 수의 75%는 체계적 분석으로 일차적 직관(블링킹)이 타당함을 확인한다. 하지만 25%는 심사숙고 끝에 직감을 바로잡는다. 다시 말해, 싱킹은 고수의 성공에 필수적이며 성공적인 블링킹의 전제 조건이다.


창의력, 행복, 전문가, 피드백, 성공, 의사 결정, 위험 관리와 같은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운'의 중요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테니까.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