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6월 25, 2013

[독서광] 위대한 게임의 탄생 3

작년 여름 소개드린 위대한 게임의 탄생위대한 게임의 탄생 2에 이어 오늘은 위대한 게임의 탄생 3편을 소개해드리겠다. 박 일님께서 지난 주 보내주셨는데, 생각보다 내용 압박이 강해 읽는 과정에서 제법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영화도 그렇지만 책이 시리즈로 출간될 경우 사람들은 전편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뭔가를 바라기 마련이다. 전편과 너무 동떨어져도 문제고 전편과 너무 흡사해도 문제다. 사람들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져 새로운 것을 갈구하면서도 기존 좋았던 틀에서 벗어날 경우 연속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위대한 게임의 탄생'의 1편은 해외 사례, 2편은 국내 사례로 나뉘어져 있으므로 이런 어려움이 없었는데, 3편은 예상했던 바와 같이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2편과 차별성을 가져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을 것이다. 그렇다면 2편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일단 게임 분야만으로 범위를 좁혔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2편은 게임 이외에 3부에서 여러 분야를 다루다보니 주제가 산만해지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3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만 다루고 있으므로 통일성이 높아졌다. 다음으로 직군별 인터뷰가 빠져버린 대신 본문을 강화하는 방법을 사용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1편과 2편은 직군별 인터뷰가 있어 중간 중간 한숨 돌릴 수도 있고, 다양한 각도에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는데, 직군별 인터뷰가 빠져버리니 책을 읽는 과정에서 피로도가 높아지는 느낌이다. 2편에 비해 개별 사례에 대한 깊이가 깊어져서 호흡이 길어졌을지도 모르겠는데, 만일 인기를 끌어 4편이 나오면 직군별 인터뷰 형식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스튜디오 소속 또는 독립 개발자와 자유로운 인터뷰 형식으로 중간 중간 변화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사례 전개 방식은 1편과 2편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으므로 기존 책의 서술 방식에 만족하는 독자들이라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개인적인 평가는 (형만한 아우 없다고) 1편 > 3편 > 2편 순이지만, 국내 게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3편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다.

각 게임별 포스트모르템 수준과 재미는 천차만별이다. 독자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의외로 작은 게임을 소개하는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었다. 큰 게임은 (어쩔 수 없는 환경상) 기술적인 측면이나 조직적인 측면을 많이 강조하다보니 실제 게임의 아기자기한 개발 재미와 고통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편에서 소개하는 해외 게임의 경우에는 게임 규모와 무관하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독창적으로 모스트모르템 형식으로 기술하는 반면 국내 게임의 경우에는 회사/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심지어) 어느 정도 규격화된 포스트모르템이 존재한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만일 4편이 나오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차별화 포인트를 정확히 공략해 들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그렇지 않으면 동일한 이야기가 중언부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기술적인 내용이 많은 포스트모르템의 경우 "우리는 이런 훌륭한 기술을 써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서술하는 대신, 특정 기술을 사용하자고 결정한 역사적인 이유나 예상하거나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를 게임의 재미와 기획 의도와 관련지어 전지적인 작가 시점에서 서술해야 독자들이 납득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 초당 프레임이 어떻고 컬러가 어떻고 폴리곤이 어떻고 모두 게임이 재미있고 난 다음에야 중요한 내용이고, 책 읽는 독자들은 그다지 관심없을 가능성이 높다(열심히 만든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무척 괴씸한 태글인지도 모르겠는데, 비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영화가 재미없을 경우 IMAX, 3D, HFR, Dolby Atmos 이런 기술이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결론: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플랫폼, 다양한 장르의 게임(22개?)을 다루고 있기에 여러 각도에서 게임 개발에 관련된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다. 게임 업계에 종사하거나 향후 종사하고 싶은 분들이 제일 궁금하게 생각하는 '과연 남들은 어떻게 개발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100%는 아니더라도 나름 도움이 되는 대답이 나오므로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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